내 몸에 군불이 지펴지기까지
어느 날 새벽, 상선 씨 집 보일러가 고장 났다. 어쩔 수 없이 냉골에서 잠을 청한 상선 씨. 추운 방에서 체온은 점점 떨어지고 상선 씨의 간뇌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직을 서던 간뇌의 시상하부는 몸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갑상선 자극-방출 호르몬(TRH: Thyrotropin-Releasing Hormone)을 통해 뇌하수체에게 갑상선 자극 호르몬을 방출하도록 요청한다.
시상하부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뇌하수체는 곧바로 갑상선에게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해달라는 메모를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Thyroid-Stimulating Hormone) 편에 전한다. 갑상선은 뇌하수체의 요청에 따라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T4 thyroxine)과 트리요오드사이로닌 (T3 triiodothyronine)을 혈액을 통해 온몸의 세포로 보낸다. 갑상선 호르몬을 받은 세포들은 힘차게 열을 내기 시작하고, 곧 상선 씨의 떨어진 체온을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가로수의 나무들은 민망할 정도로 옷을 벗어던지고, 사람들은 그와 반대로 겹겹이 옷을 껴입는다. 햇살의 열기만으로도 충분했던 공간은 어느새 보일러나 스팀 장치가 그 열기를 대신하고, 추운 겨울밤 효부 며느리는 남편에게 시골 부모님 집에 보일러 놔드리라는 말을 건네고는 따뜻한 방에서 잠이 든다. 갑상선 호르몬은 차가운 방을 데우는 보일러처럼 우리 몸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추울 때 몸을 떠는 것은 몸에 열을 내는 한 방법이다. 운동을 하면 몸에 열이 나는 것과 같이 근육을 진동시켜 열을 내는 것이다. 이때 몸속 세포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 등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분해하여 열을 발생시킨다. 갑상선 호르몬은 그 세포들이 더 많은 열을 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보이지 않는 큰손, 갑상선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인 갑상선에서 분비된다. 목 앞쪽에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고 부르는 물렁뼈(갑상연골) 아래에 있는 갑상선은 정상인 상태에서는 잘 만져지지 않고 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넥타이를 매었을 때 매듭 자리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갑상선은 방패를 닮았다 해서 ‘갑상甲狀’ 자를 쓰며, ‘선腺’ 자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샘이란 뜻이다.
나비 모양 또는 H자 모양인 갑상선에는 좌우측엽이 있고 협부가 그 사이를 연결한다. 갑상선의 전체 무게는 20g 이하로 한 엽의 길이는 5cm를 넘지 않는다. 좌우측엽에는 후두신경이 분포하여 목소리를 관장하며, 부갑상선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 좌우측엽과 협부는 숨관을 감싸고 있어 갑상선이 커지거나 멍울이 생기면 숨관을 눌러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갑상선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은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수십 배에 이르기 때문에 이곳을 수술할 때는 출혈을 조심해야 한다. 갑상선은 음식을 통해 섭취한 요오드를 원료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든다. 요오드는 미역이나 김과 같은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산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체내에 요오드가 부족해 갑상선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먹어도 살찌지 않고, 안 먹어도 배부르다?
특정 부위에만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호르몬과는 달리 갑상선 호르몬은 몸 전체 조직의 세포에 작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은 인체의 모든 기관이 적절한 속도로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의 세포는 정상 속도보다 더디게 일을 하고, 넘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을 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몸에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었을 때 생기는 질환으로 대사 과정 속도가 빨라져 심장 또한 빨리 뛰고 몸에 많은 열이 난다. 이때, 몸의 세포가 많은 일을 하고 영양소의 분해 양이 증가하면서 식욕은 왕성해지지만 체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이어진다. 대사 과정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몸이 무기력해지고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심하게 타는 이 질환은 식욕은 감소하면서도 몸이 붓고 체중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 동물 실험 결과, 갑상선을 제거한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지 못했으며,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을 주사한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되었다. 이렇듯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와 신생아의 뇌를 비롯한 신체의 성장 발육에 필수적인 요소다. 태아는 임신 12주까지는 엄마의 갑상선 호르몬에 의존하다가 이후에는 스스로 합성을 시작한다. 태아의 뇌간과 대뇌 신경은 엄마의 갑상선 호르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기에 형성된다. 이후 신경이 성숙해지고 뇌의 연결이 발달하는 때에는 자신이 만든 호르몬과 엄마의 호르몬 모두의 도움을 받는다. 또한 뇌의 90% 이상이 발달하는 1세부터 4세까지의 시기에 갑상선 호르몬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신 지체장애와 같은 성장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세상은 속도와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빠르게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몸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를 유지할 때 제일 잘 운영된다. 속도에 정신없이 휩쓸려 가는 세상에도 갑상선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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