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세朕世 이전에 율려律呂가 몇 번 부활하여 별들이 출현하였다. 그리고 오직 8려八呂의 음만이 하늘에서 들려오더니, 실달성實達城과 허달성虛達城이 모두 이 음에서 나왔으며, 마고대성麻姑大性과 마고麻姑도 또한 이 음에서 나왔다." (<부도지> 제 2장)
신라시대 박제상공이 정리한 우리 민족 최고의 사서인 <부도지>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창세 기록을 담고 있다. 즉, 율려음이 창조주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에 알려져 있는 음의 체계에 의하면, 율聿은 양성음, 여呂는 음성음에 속하는 데,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율려란 곧 양적인 요소와 음적인 요소가 어울리는 상태, 즉 태극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그러나 율려 자체가 의미하는 음악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그 뜻하는 바는 크게 달라진다. 즉, 태극에서 전개되는 창조과정은 기하급수적이며 기계적인 측면이 있으나, 율려음에서 비롯되는 창조과정은 창조의 근원과 진화의 방향과 목적이 내포되어 있는 조화로움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율려음은 조화의 원리가 전개되는 순수한 원초의 리듬이다. 즉 조화주의 마음과 숨결이 빚어내는 빛(光)이며 음(音)이며 파장(波)이며, 만유의 생명이자 그 모습이다. 그리고 율려음은 우주만물에 깃든 조화주의 본디 성품이며, 얼이며, 혼이다. 개인에 내재한 율려음을 밝혀 우주의 본음本音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부도지>에서는 수증修證이라 하였거니와, 이는 곧 만유를 아우르는 천지마음, 천지기운과 하나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의 율려가 살아나 우주의 율려와 하나되어 살아감을 일러 곧 승유지기乘遊至氣라 하였고, 또한 풍류風流라 하였다. 여기에서 개인의 수증은 개인의 얼과 혼을 살리겠거니와, 나아가 전체의 율려를 살리는 일은 곡 민족과 세계의 얼과 혼을 살리는 일과 직결되어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 하겠다. 전체의 율려가 되살아난 세계가 곧 이화理化, 신명神明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