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던 인류의 조상들은 인류 최초의 환란을 겪는다.
마고성 내에 살았던 사람들의 유일한 식품은 지유(地乳)였으나, 백소씨의 일족인 지소(支巢)씨가 기다림에 지쳐 배가 고픈 나머지 포도열매를 먹게 되었다. 인류가 겪은 최초의 환란이란, 그 포도를 통하여 地乳의 맛이 아닌 다른 맛을 보게 된 것에 따른 감각적 변화와 온전했던 성性, 혼魂, 백魄의 변화를 말한다. 이것은 인간이 곧 오감五感의 문을 열었음을 암시하는데, 이 때문에 인간은 율려를 아는 감각을 잃어 버리고, 번잡하고 사사로운 욕망과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인간 본연의 일을 망각하게 된다. 이러한 감각적인 타락은 조화롭고 이상적인 ‘하나’의 세계를 등지고 모두가 성城을 떠나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러한 오미의 화로 인한 변화는 실로 지대하였다. 아무런 구속과 방해가 없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던 자재율이 파괴되어 금지하고 수찰(守察)하는 법과 열매 먹는 습관이 생겼다. 다른 생명을 강제로 먹는 습관으로 인하여 이가 생기고 뱀의 독과 같은 타액이 생겼다. 맑았던 혈기가 탁해졌고, 몸이 무거워지고 땅이 굳어져 걷되 뛸 수 없게 되었으며, 태정(胎精)이 맑지 못하여 짐승처럼 생긴 아이가 많이 태어났다.
그리고 공률公律을 훔쳐 본 때문에 눈이 올빼미처럼 변하였다. 귀에 있어 천음을 전해주던 오금烏金이 변하여 토사兎沙가 되니 천음을 듣지 못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능히 조화를 알았던 품성이 혹독해지면서 천성天性을 잃게 되었다. 명기命期가 조숙하게 되어 한량없던 수명도 짧아졌고, 일이 끝나도 몸은 금진金塵으로 화하지 못하고 부패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자연계에서도 기토氣土가 서로 상치相値하여 때와 시時를 나타내던 빛이 치우치게 되어 차고 어두운 곳이 생겼고, 수화水火가 조절되지 않아 혈기를 가진 부류들이 모두 시기심을 갖게 되었다.
천부경에 나타난 지화 창조의 과정과 삼일시고의 5장을 참조하면, 이러한 변화의 원초적인 의미를 더욱 명백하게 살필 수 있다.
마고성에서 인간의 조상들은 상대가 없는 절대의 율려세계에 살다가, 미혹에 빠짐으로서 상대적인 이원二元의 세계에 빠진다. 따라서 착함(善)과 악함(惡)을 보는 마음의 세계가 나타났고, 맑음(淸)과 탁함(濁)이 있는 기적인 세계를 느끼게 되었으며, 후함(厚)과 박함(薄)을 구별하는 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心)과 기운(氣)과 몸(身)을 가짐으로서, 화와 복, 오래 살고 일찍 죽음, 귀하고 천함 등의 구별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 과정은 창조의 과정에서, 근원에서 ‘형상화되기 이전의 상태’를 거쳐 ‘형상화된 상태’가 나타나고, 이 두 과정이 서로 어울려 작용하는 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심기혈정의 원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뭇 부족의 장자인 황궁씨가 오미에 물들어 더 이상 성 내에서 살 수 없는 이유를 “미혹迷惑이 심대하여 성상性相이 변이變異(제7장)”한 결과로 본 것은 원리에 입각한 분명한 판단이었다. 삼일신고에 의하면, 인간에 있어 성상이 변이하면 곧 마음이 나타나 선과 악의 개념이 생기며 길흉화복을 구별하고, 기쁨과 두려움과 슬픔과 성냄과 탐냄과 싫어함과 같은 여섯 경계에 빠지기 때문이다.
본시 온 곳이 하나이고 갈 곳도 하나인 하늘과 땅과 사람은 서로 뗄 수 없는 한덩어리이다. 오미의 화로 인하여 사람의 성품과 몸과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자 자연계의 수승화강 역시 그 조절력을 잃고 만다. 인간과 자연에 있어서 수승화강의 실조는 곧 하늘과 땅과 사람의 연결에 부조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보아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계의 변화는 무엇에서 기인하였는지 분명해질 것이며,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그 근원적인 치유책이 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